세탁

지난 봄
깨끗하다 싶어 그냥 둔 옷가지들

그 처절한 여름 장마 뒤엔
영락없이 곰팡이꽃으로들 피어난다

눈에 보이지 않게
있는 것들이 많은 것이다

보이지 않는다고
없는 것이 아닌 것이다

하나님도
없는 듯 계시고

우리의 일들도
사라지는 듯 없어지지 않는다

감추인 것들이
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

숨은 것이
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다

옷은 깨끗해 보여도
세탁일랑 해서 걸어두어야 한다

사람도 제대로 산 것 같지만
은혜일랑 받아 준비해두어야 한다

감추인 것들 드러내려
오실 그 분이 엄위하시다